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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령 터널과 익산평택고속도로

Jeonggyun 2024. 8. 16. 19:26

지금 이 수가 왜 놓여졌는지 이해하려면 그 전의 수를 봐야한다

- 미생 10화 중

 

모든 행동에는 그 행동을 하게 만든 그 이전의 상황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전의 상황을 안다면 현 상황에 대한 더 깊은 통찰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이번 일요일에 친구들과 열심히 전라도 산행을 마치고 올라오다가, 갑자기 유구 IC에서 내려 평택 JC까지 산길을 지나 43번 국도를 따라 달려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차령터널

그것은 바로 논산천안고속도로의 차령터널이라는 녀석 때문이다. 남풍세 IC 남쪽편으로 있는 이 터널은, 그야말로 365일 내내 막힌다. 가끔 심심할 때 고속도로 교통상황을 보곤 하는데, 항상 정체구간으로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금요일 밤, 유일한 정체구간을 찾아라~!

 

나도 전라도 여행을 한 번 간 적이 있는데, 토요일 아침에 나름 일찍 출발했음에도 여기서 밀리길래 기억에 남은 바가 있다.

여기는 대체 왜 밀리는 걸까?

 

1) 터널 근처의 상습 유령정체

고속도로를 가다보면 터널을 들어갈 때는 차가 많이 막히다가, 터널을 지나는 순간 귀신같이 정체가 해소되는 경험을 한 적이 많을 것이다. 이게 참 신기한데, 이유는 알기가 힘들다.

터널은 비교적 고지대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들어가는 길이 오르막으로 경사가 져 있다.

오르막이다보니 동일 속력을 유지하려면 엑셀을 조금 더 세게 밟아줘야 하는데, 신경쓰지 않으면 점점 속도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특히 터널에 진입하면 속도 감각이 줄어들어서 이러한 감속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렇게 한두 대만 그냥 멍을 때리면서 가만히 있어도, 도로 전체 입장에서는 감속되는 차량이 생기면서 연쇄적으로 뒷차들의 속도도 줄어들며 정체가 유발되게 된다.

여기에 터널을 들어가는 순간 잠시 잃게 되는 시야로 인한 급브레이크 가능성, 터널 내부 차선변경 금지 등의 콜라보에 의해 정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편도 3차로 이상인 곳도 동일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화물차 1차로 정속주행은 언급하지 않았다)

 

차령터널도 경사도가 만만치 않고, 특히 차령터널은 터널 안에도 경사가 져있다고 한다.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이렇게 급한 경사를 가지게 되었다고 하는데.. 결과론적이지만 20년간 이어진 상습 정체에 따른 수많은 차량들의 기름과 시간 낭비를 생각했을 때, 조금 더 신경써서 길을 개통했다면 사회적으로 더 이익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2) 무수한 수요의 논산천안고속도로

https://jeonggyun.tistory.com/356

 

전라도의 철도

이번에 광주 무등산까지 무궁화호를 타고 갔다 오며 찾아보고 느낀, 전라도의 슬픈 철도 교통 현실에 관한 글이다.. 호남선사실 철도는 아주 위대한 교통수단이다.KTX가 워낙 빠르기에 무궁화호

jeonggyun.tistory.com

위 글에서도 살짝 칭찬을 한 바가 있지만, 논산천안고속도로는 아주 잘 뚫린 고속도로이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경기권과 호남권을 잇는 최단경로로 뚫린 고속도로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잘 뚫린 탓에 오히려 문제다.

위에서 빨간 색으로 표시된 부분 안쪽의 모든 지역에서 서울로 가는 최적의 경로는 모두 차령터널을 지난다.

이러다보니 거의 전라도 전체의 수요를 논산천안고속도로 혼자서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참고로 차령터널은 그런 논산천안고속도로의 길목 역할을 하는, 위쪽의 빨간 원으로 칠해진 위치이다.

 

 

3) 안습의 왕복 4차로의 논산천안고속도로..

수많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논산천안고속도로는 오르막 차로조차 없는 편도 2차로의 고속도로이다..

터널이라 갓길차로도 못 만든다.

난 솔직히 편도 2차로 도로가 어떻게 고속도로로 불릴 수 있는지 상당히 의문을 품는 사람인데, 이러면 1차로가 추월차로이고 2차로가 승용차/화물차 공용 주행차로가 되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만약 초저속 화물차의 출현으로, 화물차 한 대가 추월을 위해 1차로로 넘어가는 순간... 설명은 생략

 

아무쪼록 이제 우리는 상습 정체구간인 차령터널의 존재를 알아냈다.

그렇다면 여기가 밀릴 때 어떻게 피해가야 할까?

왼쪽 지도를 보며 한번 우회로를 생각해보자. 생각보다 마땅치가 않다.

원래 가려던 길이 파란색으로 표시된 논산천안고속도로인데,

빨간색으로 표시된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우회하려니 너무 멀게 돌아간다.

초록색으로 표시된 국도로 가는 길이 그나마 나아보인다. 바로 이게 우리가 이번에 이용한 길이다

초록색 경로 초반

물론 이 길도 초반엔 왕복 2차로인 등, 썩 좋지만은 않긴 하다.

 

아무튼 이렇게, 우리는 T맵이 왜 우리를 갑자기 고속도로에서 산길로 내쫓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 익산평택고속도로

우리는 그럼 전라도를 오갈 때 언제까지나 이렇게 국도를 타고 우회하며 달려야 할까?

아니다.

바로 올해 12월 9일, 우회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고속도로가 하나 더 개통된다.

바로 익산평택고속도로이다.

서해안고속도로와 논산평택고속도로의 중간을 예쁘게도 잘 이어주며 우회로 역할을 독독히 해낸다.

갈색이 익산평택고속도로 경로

공주에서 분기해서 갈 때도 고속도로로만 가기에 아주 괜찮은 선택지가 하나 생기는 셈이고, 초록색 경로로 가다가 아산시 쯤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아예 부여 쯤에서 분기해서 올라가는 것도 괜찮아보인다.

아무튼, 누가 보아도 논산터널고속도로의 대체노선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차령터널의 우회로로 쓰이던 43번 국도와 39번 국도의 수요를 적절히 분산시키며 명절에 수원과 천안/대전을 오가는 우리 가족의 정체도 완화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중이다.

 

논산천안고속도로는 2002년에 지어진 역사가 유구한 고속도로이니 무려 22년간 사람들은 정체에 시달렸다.

그 22년간의 고통을 완화시키는 업데이트가 바로 올해 12월에 이루어진다. 진짜 큰 거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