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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야크 명산 100] 가지산+재약산 (2021.04.2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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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야크 명산 100] 가지산+재약산 (2021.04.24)

Jeonggyun 2022. 6. 12. 00:56

블랙야크 명산 100의 경상남도쪽 산에는 영남 알프스에 속하는 산이 3개나 있다.

이름하여 가지산, 신불산, 재약산이다.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에는 학교->동대구역->울산역까지 이동한 뒤 버스를 또 타야 하는 상당히 좋지 않은 접근성을 가지고 있었다.

왕복 5~6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이 경로를 여러 번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밑에 있는 천성산까지 포함하여, 단 두 번만에 4개의 산을 끝내 버리기로 결심했다.

지도를 열심히 탐색해서 대중교통 경로를 찾아냈고, 가지산/재약산, 신불산/천성산(그나마 둘 다 35번 국도에 붙어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이렇게 둘씩 묶어서 가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간 산은 그 중 첫 번째인 가지산과 재약산이다.

 

출발은 가장 빠른 KTX를 타고 가기로 하고, 재약산에서 돌아올 때는 5시 30분에 있는 아리랑 버스라는 것을 타고 오기로 계획을 세워놓고 무작정 출발했다. 무슨 자신감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1000m가 넘는 산 2개임에도 할 만 할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무려 5시 15분에 기숙사를 나와, 동대구역까지 이동하였다.

동대구역에서는 7시 24분에 출발하는 KTX를 탑승하여, 울산역에 7시 53분에 하차하였다.

울산역에서 가지산까지는 807번 버스를 탑승하면 아주 빠르고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약 8시 20분쯤에 가지산 입구에 도착했다. 석남사라는 곳에 내리는데 바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등산로 입구

 

가지산 등산

높이가 1240m에 달하는 높은 산이다보니 거의 쉬지 않고 올라가도 2시간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오랜만의 등산이라 그런지 가는데 정말 힘들었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아름다운 하늘과 산 정상 부근의 모습

 

가지산 등산은 예상 시간대로 아주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제 가지산에서 재약산으로 가야 한다.

가지산과 재약산은 서로 가깝기는 하지만, 둘 사이를 이동하려면 산을 거의 다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시간 계산을 어렴풋이 머릿속으로만 대충 했었는데, 가지산에서 12시 반까지는 내려와야 시간이 계획했던 아리랑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하산을 시작했는데, 가면서 길을 잃기도 하고 등산로가 아닌 이상한 곳에서 헤매기도 하며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되고 체력이 많이 소진되면서 계획이 조금 틀어졌다.

내려오니 시간이 1시가 넘었고, 무엇보다 체력이 많이 빠진 것이 느껴졌다.

가지산 하산

호박소 유원지라는 곳으로 내려왔고, 조금 더 걸어가니 밀양 얼음골이 나왔다.

밀양 얼음골은 옛날에 가족들이랑 왔던 곳이었는데 이게 여기에 있는 곳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물론 산을 하나 타서 힘든 상태였기에 반가운 마음은 들지는 않았다.

 

계획을 너무 무리하게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태에서 재약산을 올라갔다간 산에서 밤을 맞게 될거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얼음골에서 돌아가는 버스를 찾아보려는 찰나.. 지도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었다.

케이블카? >_<

 

놀랍게도 케이블카의 출발점은 내려왔던 호박소 유원지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있었다.

얼음골에 케이블카가 있다는 사실도 전혀 모르고 왔던 나에게는 신이 내려준 한 줄의 동아줄 같았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풍경... 너무 행복..

케이블카는 나를 해발 300m에서 약 1000m까지 700m나 올려줬다. 이제는 좀 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여기에 있는 케이블카가 전국에서 가장 효율이 좋은 케이블카라고 생각한다.

12000원의 행복. 상행만 썼지만 너무 좋다.

 

이제 산의 능선을 따라서 천황산을 지나 재약산까지 가면 된다.

재약산 등산(?)

산 능선을 따라 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거리가 5km나 되고, 지날 때마다 마주치는 봉우리들이 생각보다 높이가 있는 편이라서 굉장히 힘들었다.

천황산에서 한 컷

 

천황산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재약산이다. 너무 멀어 보여서 이때부터 의욕이 급속히 저하되기 시작했다.

 

재약산을 가는 길은 지금까지의 등산 경험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저기까지만 가면 정상이다" 라는 마음으로 마지막으로 힘을 내서 올라가보면, 사실은 거기는 정상이 아니었고 뒤에 길이 한참 더 있는 그 기분을 아는가? 천황산에서 재약산을 갈 때는 그런 기분을 여러 번 느꼈는데, 가뜩이나 기운이 다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매우 부정적인 경험이었다.

다행히도 살아서 도착한 재약산 정상

이제는 원래 계획했던 버스를 타기 위해 부지런히 내려가야 했다.

 

재약산 하산

재약산에서 출발한 시간이 약 3시 반이었고, 버스 시간은 5시 반이었기에 꽤나 부지런히 내려가야 했다.

힘이 다 빠진 상태에서 여유 시간이 없는 산행은 정말 힘들었다. 다시는 산행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수없이 되새기며, "나는 왜 여기에 있지. 내가 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억지로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1시간 넘게 하면서 도착했다.

지난 뒤의 말이지만, 이때가 대학원 생활이 마무리되어가는 시기여서 여러 모로 심적으로 지쳐있는 시기라서 몸이 조금만 힘들어도 부정적인 생각들만 잔뜩 났던 것 같다.

 

다행히 5시 20분쯤에 목표했던 버스 앞에 도달할 수 있었고, 살아서 밀양역까지 돌아갈 수 있었다.

아리랑 버스는 표충사에서 밀양역까지 운행하며, 시간표는 아래와 같다. 막차는 오후 5시 30분이다.

https://www.miryang.go.kr/web/index.do?mnNo=50312000000 

그래도 밀양역의 풍경은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자판기에서 포카리스웨트를 하나 뽑아 마셨는데 그렇게 달콤할 수 없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시 되돌아보면 KTX 첫차를 타고 울산역에 와서 가지산을 오르고, 중간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재약산을 타고 내려오는 경로는 매우 좋은 것 같다. 체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유용하게 2개의 산을 해치워버릴 경로로 추천한다.

 

반성을 하자면 1000m가 넘는 높은 산 2개였음에도, 무슨 자신감인지 너무 만만하게 봤던 것 같다. 더군다나 대학원 생활을 하며 겨울을 지낸 터라 체력이 그리 좋지 않았음에도 체력을 과신하고, 그냥 힘들어도 참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만약에 케이블카가 없었더라면 꼼짝없이 예정에도 없는 얼음골에서 버스를 타고 탈출할 판이었다.

그리고 힘든걸 참고 거의 쉬지 않고 움직였음에도 케이블카 이용했을 때 시간이 딱 맞아떨어진거면, 일정이 너무 무리했다. 일정을 너무 무리해서 잡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반성했다.

 

이 날 산행을 기점으로 두 달간은 산 근처에도 안 가게 되었다.

이상 나의 12, 13번째 명산인 가지산과 재약산 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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