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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T 스토어 이용기

Jeonggyun 2019. 7. 17. 21:20

3만원짜리 책을 한 권 사야한다. 내가 좋아하는 교보문고에서 사려다가, 결제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CPT 스토어 생각이 났다.

 

CPT(콘텐츠프로토콜토큰)은 내 기억에 올해 초쯤에 업비트에 상장된 코인인데, 왓챠에서 리뷰를 하는 사람과, 그 리뷰를 이용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며 출시한 토큰이다. 왓챠에 리뷰를 남기면 지급되는데, 리뷰를 많이 남기고 그 리뷰가 많은 따봉을 받을수록 많이 지급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CPT 두 번째 보상이라고 해서, 설문조사를 하면 CPT가 지급되었다.

 

주목할 점은 6월쯤에 CPT 스토어라는 것이 개설되었는데, CPT를 이용해서 왓챠플레이 이용권, 메가박스 영화티켓, 알라딘 상품권, 심지어 전자기기까지 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코인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실제로 구매에 쓸 수가 있냐" 하는 것이다. 물론 비트코인은 실거래 목적으로 만들어진 코인은 아니고, 리플같은 것은 실제 결제에도 야매로 이따금 이용되고 있었긴 하지만, 그래도 실제 거래에 코인이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코인이 양지로 올라오기 못하고, 그저 탐욕에 눈이 멀어 "가즈아"를 외치는 사람들의 전유물의 이미지를 가지게 된 큰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이름까지 내걸고 코인을 이용해 무언가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CPT만의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잊고 있었는데 나도 알림이 올 때마다 설문조사를 했었기에, 900CPT가 있었다. 이것도 사용할 겸, 그리고 한번 CPT 스토어를 이용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시도를 해 보았다. 목표는 알라딘 상품권 1만원권 3개 구매. 개당 1600CPT에 팔고 있었다. 추가로 3900CPT가 더 필요하다.

 

 

CPT 스토어를 이용하려면 비트베리 지갑과 연동을 해야 한다고 한다. 비트베리는 암호화폐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라고 한다. 앱을 설치하고, 핸드폰 인증 및 간단한 인증절차를 거치니 계정이 생성되고, 각 암호화폐의 지갑도 바로 생성할 수 있었다. 사실 지갑 생성이 그냥 숫자만 만들어내면 되는 수준의 간단한 작업이니... 보안이 훌륭한지는 잘 알 수 없다. 그냥 토스를 쓰는 느낌이었다. 느낌적으로는 개인키 털리기 딱 좋은 것 같은 기분...

 

지원하는 암호화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그리고 ERC20 기반 토큰들이었다. ERC20 기반 코인 중 유명한 것은 아마 슨트(SNT)와 오미세고(OMG) 정도가 있는 것 같고, 나머지는 다 잡코인의 끝을 달리는 코인들이다. 무슨 코인지갑이라면서 리플이랑 이오스도 없나 하고 생각하며 수수료를 찾아봤다.

 

BTC의 경우 0.0005BTC = 5000원 정도, ETH는 0.01ETH = 2500원 정도이다. 물론 몇 주 전만 해도 3500원 정도였다. 수수료가 이렇게 창렬이니까 사람들이 이용을 안하지.. 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애초에 비트랑 이더는 수수료가 비쌀 수밖에 없는 걸 아니까. 하지만 BTC 체인을 이용하는데 드는 평균 수수료는 찾아보니 2000원 정도인데, 5000원은 상당히 날로먹겠다는 심보가 느껴진다. 그렇다고 수수료가 적은 리플이나 이오스를 도입하면 비트베리는 무엇으로 수익을 창출할까..? 궁금증이 앞섰지만, 일단 넘어갔다.

 

아무튼, 이제 CPT를 구매하기 위해 업비트를 들어가봤더니 마침 코인이 폭락해있었다. 가격은 1CPT = 4.6원 정도. 1600*4.6 = 7360원. 무려 25%가 넘는 할인폭이다. 얼씨구나 하고 남은 3900CPT를 샀다.

 

그런데 업비트에서 출금할 때 수수료가 있던 것을 간과했다. 출금 수수료는 370CPT이다. 무려 1700원에 달하는 수수료지만, 뭐 어쩌겠나... 370CPT를 추가로 사서 출금신청을 했다.

2시 50분 경에 출금신청을 했는데, 3시가 딱 넘어서 출금이 완료되었다. confirmation 36~37개 정도가 필요한 것 같다.

 

그런데 무슨 이런 어이없는 일이;;; 매 시 정각마다 가격 업데이트를 하는지, 방금 전까지 1600CPT였던 상품권 가격이 갑자기 1700CPT로 변해있었다. 아니 장난치나?;;;

 

"해당 상품의 CPT 교환가는 CPT 시세가 반영된 내부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 변동됩니다"라는 말이 오늘따라 선명해보인다.

 

이제 3만원어치를 사려면 300CPT가 더 필요하다. 300 * 4.6 = 1380원이 더 필요한 것도 그거지만, 이걸 업비트에서 출금하려면 370CPT가 출금 수수료로 또 필요하다. 이 무슨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4가지가 떠올랐다.

1) 다시 가격이 1600CPT가 될 때까지 존버(...)

2) 상품권 2개만 사고, 1400CPT는 남겨놓기

3) 300CPT 추가로 보내기 (총 670CPT가 더 필요)

4) 설문조사 등으로 300CPT를 어떻게든 조달하기

 

2, 3번은 갑자기 1분만에 가격이 오른게 너무 어이가 없어서 별로 하고싶지 않았고, 1번은 CPT 가격이 올라야 할텐데, 한번 꺾인 코인의 가격이 다시 오를까 싶긴 했지만 완전히 가망없어 보이지는 않았다. 4번은 뭔가 새로운 설문이 하나 올라와있기는 했는데, 현재 진행이 안되는 상태였다. 자고 일어나면 다시 1600CPT가 되어있거나, 설문을 할 수 있겠지 생각하고, 수면을 취했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밤새 가격이 더 올라있었다. 1알라딘상품권 = 1900CPT... 망했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이 짤이 떠올랐다.

 

유일한 희망인 설문조사는 진행가능했는데, 50CPT만 받을 수 있었다.

약간 기다리다가, 1800CPT가 된 순간 그냥 2장만 사버렸다. 나머지는 나중에 언젠가 쓸 일이 있기를 기약하며...

 

결과적으로 여러 삽질을 하긴 했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알라딘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었다. 사실 그냥 처음에 바로 구매만 누르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하필이면 도착이 재수없게도 3시 00분 09초에 완료되서 그 사이 가격이 변하고 말았다. 1분만 빨랐더라면... 내가 항상 그렇지만 재수도 지지리도 없다.

관찰 결과, 매 시 정각마다 가격이 변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아무리 연동이라지만, CPT 옮기는 수수료도 많은데 가격이 이렇게 코인마냥 변하면 약간 사용에 불편함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알라딘상품권(을 포함한 다양한 상품권들)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건 큰 혜택이다. CPT스토어를 개설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자. 이미 할인된 가격으로 팔고 있는데, 그것마저 가격이 약간 변했다고 뭐라 하면 염치가 없는 것일지 모른다.

 

혹시 CPT 스토어를 이용할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지켜가며 사용하면 큰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 가격을 통해 얼마를 이득을 볼 수 있을지 계산해보자.

가령 왓챠플레이 1개월 이용권은 1600CPT로 현재 가격 1600 * 4.46 = 7136원으로 정가인 7900원 기준으로 10%정도 할인된 가격이지만, 만약 지갑에 CPT가 들어있는 게 아니라면 CPT를 구매하고 지갑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370CPT = 1650원 정도의 송금 수수료가 나간다. 

 

2) 매시 45~59분에는 인출을 하지 말자.

송금을 하는 데에 약 10분 정도가 소요되고, 매시 정각에 가격이 바뀐다. CPT 지갑에 잔돈이 남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갯수를 딱 맞추어 안전한 시간에 인출을 하자.

 

3) 가격이 1시간마다 바뀐다는 점을 잘 이용하자(?)

가격이 1시간마다 바뀐다는 점을 잘 이용한다면 부가적인 이득을 볼 수 있는데, 가령 갑자기 CPT 가격이 5% 이상 떨어져도 CPT 스토어의 가격은 일정 시간동안 해당 가격이 유지된다. 이 때를 기회로 삼아 가격이 바뀌기 전에 재빨리 송금과 결제를 마치면 부가적인 이득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ㅎ

 

 

마지막으로 CPT에 관한 생각. CPT는 실제로 무언가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치보존의 수단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CPT 스토어의 가격이 이렇게 유동적이라면 가치가 보존된다고 보기 힘들 것이다. 가치가 보존되지 않는다는 말은 결국 CPT를 보유할 이유가 (떡상을 기대하는 것만 빼면)딱히 없다는 말이며 CPT는 결국 문화상품권깡을 하듯 무언가를 싸게 살 때 잠시 결제수단으로서 이용하는 정도에 머물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왓챠팀은 CPT를 통해 왓챠 유저들의 유입을 이끌고, 수백억원 상당의 부채를 끌어다쓸 수 있게 되었으니 참으로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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