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확증편향 본문
요즘 경제 관련 기사들을 틈틈히 챙겨보고 있는데, 재미있는 기사가 있었다.
"비트코인, 아직 안 팔았니?" 포기 모르는 코인맹신족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자신의 지인 A라는 사람이 가상통화 투자를 했고,
10000%의 수익을 낸 12월부터 자신은 가상통화를 팔라고 조언했지만 A씨는 줄곧 "자신은 앞으로 4~5년 후를 내다보기 때문에 안 팔 것이다"라고 일관했고,
12월부터 지금까지 가상통화 시장에 하락세가 계속되어 4000%로 수익이 감소하였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A씨의 가상통화에 대한 맹신이 흔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A씨가 가상통화에 대해서 좋은 뉴스만 골라서 듣기 때문이다."
"원금의 80~90%를 날리고도 여전히 가상통화를 포기 못하고 있는 사람은 하루 빨리 확증편향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한가하게 앉아서 인간의 비이성적 행동이나 논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라고 말하며 기사를 마무리한다.
기사의 내용처럼 12월은 소위 '코인충'들의 비이성적 형태에 이름없는 잡코인들까지 수백~수천%의 상승을 거듭하던 때였고, 이 때 매도를 하였으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기사가, 인간의 확증편향에 대한 좋은 예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간의 비이성적 행동을 논한다"라는 말까지 쓸 정도이면 기자는 가상통화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는 가상통화를 팔아버리지 않는 A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다.
기자는 A의 발언, 4~5년 후를 보라는 말도 터무니없는 말로 치부했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진정한 확증편향의 모습이다.
A씨의 모습을 "부정적인 뉴스에 대해서 눈과 귀를 닫는 확증편향"의 예시로 들었으면서, 정작 "가상통화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보는 확증편향에 빠져있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인지는 없는 듯 하다. 확증편향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에 대한 기사까지 쓸 정도의 사람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덤으로, "A씨 정도면 코인맹신족이라고 불러도 과하지 않는다." 라는 언급에서 묻어나오는 A씨를 향한 시기는 실소를 짓게 만든다)
기자분이 무슨 근거에서 가상통화 시장을 안좋게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진정한 유익한 기사를 쓰려면 자신이 가상통화의 미래가 밝지 못하다는 이유를 들며, "이러이러한 이유로 가상통화 시장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혹시라 보유한 사람이 있다면 매도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식으로 기사를 작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기사에 직접적인 이유라고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1) 미국에서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의 불법 매매내역을 조사
2) 국내 대형 거래사이트의 수백억 원 규모 해킹 사고
3) 연초 대비 반토막 난 코인들이 수두룩함
3가지 정도의 이유를 들었는데,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사람은 코웃음칠 정도의 언급이다.
비트코인의 미래는 세상 누구도 알 수 없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전무했던 기술임은 확실하다. 화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중 해킹이 불가능하고, 어떠한 공권력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것은 최초이다. 역사를 보면 소위 정부에서 돈을 찍어내며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린 일이 많다. 가장 대표적으로 독일이 그랬고, 요즘 짐바브웨가 그렇다. 돈을 위험할 정도로 찍어내지 않더라도, 양적완화라던가 하며 돈의 흐름을 통제하려든다. 그 혜택을 누가볼지는 정책결정자의 머리에 달려있다.
놀랍게도 비트코인은, 이러한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이다. 이것이 비트코인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45엑사플롭스에 육박하는 비트코인의 해시레이트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비트코인의 미래를 믿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다.
물론 단점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가치를 보증해주는 주체와 실물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전송 수수료가 많고 전송이 느리다는 문제점이나, 아까워 죽겠는 막대한 전기 사용량이 보여주듯 기술도 아직은 부족해보인다. 또 1~2월에 보여주었듯 가격 자체가 버블이었고, 지금 가격도 버블일지 알 수 없다는 버블의 위험성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느 누가 비트코인의 미래를 알 수 있을까? 가상통화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루어져야 건전할 것인데, 이러한 비방적 기사는 저급하다.
결론은 사람은 결국 자기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다.
우리 모두 확증편향의 늪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 항상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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