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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단상

암호화폐의 몇 가지 논란과 그에 대한 생각

Jeonggyun 2018. 1. 23. 17:43

내가 처음 암호화폐를 접한 것은 아마 2013년 8월 경인 것 같다. 이 때 쯤 독일에서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화폐로 인정한다는 뉴스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아마 이 뉴스 덕분에 듣게 되었을 것이다. 라디오에서는 개당 1원도 안하던 비트코인이, 10만원이 되었다고 하였다. 라디오를 들으며 엄마와

"처음에 10만원만 넣었어도 지금 100억인데" 라는 아쉬움 섞인 한탄,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투자해보아라"는 엄마의 말씀과 "에이 그래도.."라는 불안감 섞인 부정,

"돈을 벌려면 네가 저런 기술을 만들 생각을 해라"는 엄마의 교훈섞인 말씀과 같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난다.


내가 저 이야기를 나눌 당시에 샀어도 아마 20만원이 되었을 때 팔았을 것이므로 후회는 없다. 그 당시에는 투자라는 경험도 전무하기도 했고, 돈 만 원에도 벌벌 떨던 시기였으니깐. 아무쪼록, 그 이후는 모두가 아는 대로, 비트코인은 100만원을 찍은 뒤 다시 20만원이 되었다가, 2017년 12월경에는 2500만원까지 올라갔다 지금은 다시 1400만원이 되었다. 앞으로 비트코인의 가격이 1억 원이 될지, 다시 10만 원이 될지는 이 세상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코인판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그 생각 속에는 많은 돈을 번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도 어느 정도 함께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나의 호기심을 끌었던 것은 블록체인의 원리와 코인판에서 펼쳐지는 경제학, 그리고 그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 논쟁이었다. 요 몇 달간 암호화폐에 대해 어느 정도 꼼꼼히 공부하며 다양한 방면으로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나 개인의 보잘 것 없는 생각이지만, 많은 논란이 되는 부분들에 대해 생각한 것들을 한 번 천천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암호화폐 투자는 제로섬이다. 한 명이 돈을 따면 한 명이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암호화폐 투자를 '도박'이나 '악의 축' 정도로 보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발언이다. 이러한 분들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생산적인 가치가 있거나 '원', '달러' 등 누군가 가치를 보증해주지 않는다면 절대로 돈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확실히, '원'이나 '달러' 같은 실제 통화만 본다면 제로섬이 맞다. 더 정확히는 거래소가 수수료를 가져가므로 마이너스섬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편협한 생각이다.

예를 들어, A가 초창기에 채굴을 해서 100BTC를 가지고 있다고 치자. 그럼 A는 14억 원대 부자인가?


맞다. 현재 시점에서 A는 14억 원대 부자가 맞다. 왜냐하면 지금 세상에는 1비트코인을 1400만원을 주고 사려는 사람이 널려있기 때문에, A가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은 최소 1400만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현금화할 수 있느냐는 사람들도 많은데, 충분히 가능하다. 큰 액수를 현금화한다면 단기적으로 시세가 내려가긴 하겠지만, 하루 거래량이 업비트만 보아도 1조원인데, 몇 백 억 정도 그 속에 녹아들어가는 것은 크게 티도 나지 않는다. 저점 잡으려는 사람도 현재는 널려있고, 거래소가 한국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A가 가지고 있는 이 14억 원은 어디서 난 걸까?


현금화를 하였다면 정말로 누군가의 돈에서 온 것이다. 하지만 100BTC를 현금화를 하지 않고 들고있다면,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A는 어느 누구의 돈도 받지 않은 채, 14억원을 가지게 된 것이다. BTC이 1400만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1BTC이 정말로 1400만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냐는 또 다른 생각해볼 문제이다.)


이렇듯 현재는 수많은 코인들이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그 총액은 2018.01.23 기준 $513,650,807,086, 약 550조 원에 달한다. 놀랍게도 550조원이 그냥 생긴 것이다. 이 550조 원은 수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가졌다. 그러니 몇 백 억을 잃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아도 리플 회장이 세계 5대 부자가 되었다느니, 누가 비트코인으로 몇 백 억을 벌었다느니 하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 시점의 이야기이고, 진짜로 이 코인들의 가치가 0이 되는 시점이 오면 완전한 마이너스섬 게임이 되므로 '현금화한 사람',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전부 피를 보게 될 것이다. 물론, 코인의 가치가 0이 될지는 더 오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2. 암호화폐는 거품인가?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전문가들도 의견이 아마 다 다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암호화폐의 현 시세를 거품이라고 본다.


내가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누구나 코인을 만들 수 있다

현재 coinmarketcap에는 1474개의 코인의 등재되어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정도는 그래도 나름의 특색이 있지만 대부분은 잡코인이며, 누군가 한탕 해먹으려고 만든 코인도 많다. (우습게도 그런 코인을 또 사람들은 사준다)

당장 비트코인 골드만 해도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되어 만들었다는 점만 빼고는 큰 특징 없는 잡코인인데다가, 개발자들이 10만 개를 선채굴하고 채굴기에는 0.5%를 기부(라고 쓰고 갈취라고 읽는다)하는 코드를 심어놓는 등 놀라울 정도의 행각을 보여주는데, 현재 시가총액이 1460억 원 정도 되더라. (이는 메가스터디 정도의 시가총액이다)


2) 제대로 된 코인이 없다

1)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일 수 있지만, 적어도 내 눈에 유용함과 암호화폐 본디의 목적인 '탈중앙화'를 모두 만족시킬만한 코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먼저 POW방식의 경우 가장 먼저 전기를 너무 많이 먹는다. 지구 환경 문제는 날로 심각해져가고 있고 이는 인류 공동체가 힘을 합쳐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인데, 이런 곳에 전기를 이렇게 많이 쓴다니?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탈중앙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결부될 만한 것일까?

비트코인의 경우(이더리움도 낫긴 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송금 속도가 정말 느리고,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 비트코인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자기 코인의 전송을 빠르게 하려고 수수료를 거침없이 내며(https://blockchain.info/ko/tx/21e91d6f540cbf67a0eee4be58c7655b9f6bd2c79733997ec9c4bbe3cf540490. 1바이트당 2654사토시, 거래 수수료 84,000원) 10~20분에 하나씩 생성되는 블록마다 많아야 2,000여 건의 거래밖에 처리하지 못한다. 이러니 미승인 거래는 날로 쌓여갈 수밖에 없다.

리플은 송금 속도는 빠르지만, 탈중앙화가 되지 않았다. 리플 재단에서 발행량을 조절하는데, 국가를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일개 한 개의 재단을 믿는 어리석음은 무엇일까.

탈중앙화된 화폐가 아니라면 결국 발행처에서 자신의 조절 범위 안에 쥐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특정 금융기관에서 암호화폐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할 때, 그 금융기관이 아닌 다른 발행처에서 통제하고 가격은 고평가되어있는 코인이 대중적으로 쓰일까, 아니면 그 금융기관에서 자신들만의 코인을 만들어내어 사용할까. 나는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그 코인의 시가총액은 해당 금융기관의 영향력(보통 시가총액일 것이다)보다 현저히 낮아야 맞다고 생각한다.


3) 대부분의 가치가 다른 사람이 코인을 사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나온다.

현재 비트코인의 가격은 1400만 원이다. 하지만 1BTC가 이만큼의 값어치를 하는가? 상품으로서의 비트코인의 값어치는 0이다. 재화로서는 약간 애매하고 미래에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현재 비트코인이 화폐로 사용되는가? 화폐로 사용이 되려면 최소한 송금이 잘 되어야 하고 가격이 일정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아쉽게도 둘 다 해당되지 않는다. 즉, 현재까지는 재화로서의 가치도 없다고 본다.

결국 남는 것, 현재 비트코인의 가격을 이루고있는 대부분의 요소는 다른 사람이 비트코인을 자신보다 높은 가격에 사줄것이라는 기대감인데 이렇게 되면 결국 폰지사기와 다를 게 없어진다.

물론, 아닌 코인들도 존재한다. 스팀같은 경우 좋은 글을 쓰고 선정하는 사람들에게 보상으로 코인이 지급되는데, 이는 결국 더 좋은 글을 쓰게 만드는 동기를 부여하며 좋은 컨텐츠 생산과 그에 합당한 보상이라는 가치를 창출한다. 이는 암호화폐의 하나의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3. 암호화폐가 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까?

암호화폐는 충분히 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정말 훌륭한 기술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지금보다 약간 더 발전한다면, 국가 단위나 기업 단위에서 블록체인을 이용한 화폐를 시도해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코인들은 아닐 것이다.


탈중앙화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나는 여기에 굉장히 회의적이다. 탈중앙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개인끼리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본디 심성이 이기적이라 지금도 시세차익으로 서로서로 등쳐먹으려고 애쓰는 이기적인 개인들이 과연 탈중앙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 ㅋ



4. 투기인가 투자인가?

내가 하면 투자, 네가 하면 투기라는 말이 있다. 현재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물론 내가 관찰한 대부분의 사람들을 이야기한 것이고, 반례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비트코인을 투기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비트코인의 시세가 떨어지면 정말 좋아한다. 그러면서 "코인충 한강가즈아~"라는 서슴없이 하곤 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것은 "너 따위가 비트코인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고?"일 것이다. 자기가 보기에는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보다 나을 것 하나 없는 사람인데, 큰 돈을 벌었다고 말하니 결국 자기합리화와 질투, 시샘으로 이어진다. 또 이는 "저런 놈도 돈을 버는데 나는 왜 돈을 못 벌었지?"라는 후회와 열등감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자기는 투기라서 안한다는, 제로섬이라 결국 누군가는 피해를 보게 될 것이고 그 사람이 염려된다는, 거품이고 조만간 꺼질 것이라는(진짜로 떨어지면 자기 말이 맞다고 주장하지만 오르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각종 이유를 들어가며 코인판을 폄회한다.

이런 사람들이 웹툰 '언원티드'처럼, 진짜로 기억을 가진 채 만약 과거 2009~2010년 정도로 돌아간다면 과연 비트코인을 사지 않을까? 산다면 내로남불의 정석과도 같은 것이고, 사지 않는다면 그러한 사람은 인생의 멘토로 삼아 돈 욕심을 버리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물론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다.


코인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도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대표적으로 하락장에서 "존버 가즈아~"를 외치거나, "존버는 무조건 승리한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주장하는 사람들. 초등학생도 알 수 있겠지만, 존버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경우에만 성립하는데,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확고한 신념을 가지도록 만들었을까. 아무 생각 없이 코인에 돈을 집어넣은 사람들은 비웃음을 당해도 싸고, 그야말로 도박을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진짜 제대로 코인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단타 능력이 있어서 단타로 돈을 잘 불린다거나, 안목이 있어 저점에서 잘 사고 고점에서 잘 판다거나. 이런 사람들은 돈을 벌 능력이 좋은 것이고, 그 능력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주식에서 전업투자자들이 왜 존재하고, 스캘핑이나 데이트레이딩, 스윙 같은 용어가 괜히 있겠는가.


아무쪼록 나는 투자와 투기를 그게 구분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엇이든 사고팔 수 있고, 그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다. 물론 자본주의라고 해서 무엇이든 허용해서는 안된다. 대표적으로 의식주를 포함한 생필품. 이는 정부에서 보장을 해주어야 하며, 이것으로 장난질을 하는 사람은 비난을 당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딱히 피해를 볼 사람도 없다. 굳이 있다면 돈에 눈이 멀어 앞뒤사정 안보고 돈을 집어넣었다가 떡락을 맛볼 사람들 정도? 하지만 그들조차도 매수버튼은 자기 손으로 눌렀다.



5. 코인 버블은 언제 꺼질까?

이 질문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1~3번을 쓸 때와 5번을 쓸 때는 약 이틀 정도의 시간차가 있는데, 그 사이에 비트코인 가격은 200만원이 더 떨어졌다. 그렇다. 지금은 조정이 아니라 하락장인 것 같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아닐 수도 있다)

외화의 유동성이 그리 좋지 않은 한국의 코인시장을 보면 어느정도 윤곽을 알 수 있다. 몇 주동안 30~50%에 달하던 김프가 이제는 계속 떨어져 5%를 바라보고 있다. 코인판에서 주요 하락장은 이번을 포함해 3번 정도를 꼽고 싶다. 첫째는 2013년 12월 최고치를 찍은 뒤 약 1년간, 둘째는 작년 6월 경, 셋째는 지금이다. 첫째 하락장에서는 %로 최고치인 약 -80%를 찍었고, 둘째는 한 달동안 -30%를 찍으며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이미 고점대비 -50%에 가깝다. 6월보다 훨씬 심하며, 하락 전 너무 급격히 올랐고 너무 급격히 떨어졌다. 적어도 지금 제대로 물린 사람들(비트 2000만, 이더 170만, 리플 2500, 에이다 1200 정도로 본다)이 원금을 찾으려면 몇 달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못 찾을수도.


물린 사람들에게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아직 코인시장이 생각만큼 크지는 않다는 점이다. 현재 코인판의 시가총액인 517조 원은 애플 시가총액의 60%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페이스북 정도의 시가총액이다. 코인이 완전히 휴지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냥 페이스북이라는 회사가 망한 정도의 타격일 것이다. 물론 이 또한 큰 타격이겠지만,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버블은 이것보다 더 심했다. 가령 닷컴 버블의 경우 코인 최대 시가총액의 10배 정도 되었다.

코인이 정말 경제에 쓰나미를 몰고 올 정도라면, 버블이던 혁신이던 규모가 이것보다는 더 커야 한다. 물론 사람들이 더 똑똑해졌고(하이먼민스키 모델을 다들 한번씩은 들어보지 않았는가), 정보력도 좋아졌으며, 주식과 다르게 코인이라는, 약간 사회적 음지의 느낌과 거부감을 주는 인식 또한 반영한다면 버블 규모는 더 작을 것 같다. 하지만 물린 사람들이여, 언제나 그랬듯 혹시 모르지 않는가?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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