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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여행

따릉이 타고 아라서해갑문

Jeonggyun 2019. 8. 9. 00:17

간만에 미세먼지가 없고 날씨가 적당히 흐린 것 같아서 한강에 가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여름에 햇살이 쨍쨍할 때 밖에 나가면 말 그대로 진짜로 쪄 죽는 수가 있어서, 흐린 날이 야외활동하기 더 좋다.


작년에 대구에서 서울까지 자전거를 타고 올라올 때 잠실 쪽에 있는 광나루 자전거공원 도장까지 찍고 그냥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와서, 인천쪽 도장을 못 찍은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에 그때 찍지 못한 3개의 도장을 더 찍어버리기로 했다. 사실 이 계획은 그 때 같이 자전거를 타고 온 친구 두 명이랑 7월 말에 같이 하려던 계획인데, 하필이면 그 날 폭우가 쏟아져서 가지 못했었다. 그래서 그냥 오늘 혼자 갔다.


서울에는 따릉이라는 아주 좋은 제도가 있다. 2000원을 내면 2시간마다 반납 후 재대여를 한다는 가정 하에 하루 종일 대여가 가능하다. 2시간마다 반납을 못하면 5분에 200원의 연체료가 부과된다.


나는 인천을 가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가장 인천 쪽에 가까운 방화역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린 후 출발했다. 개화역 쪽 대여소가 조금 더 가깝기는 하지만 아라한강갑문 인증소를 들리려면 저쪽이 접근성이 더 좋다.


오늘 가려는 거리는 25km, 왕복 50km다. 인천 쪽이기 때문에 중간에 대여소가 없어서(서울에만 대여소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연체료를 물어야 했다. 대충 평속 20km 정도로 가면 2000원 정도만 연체료를 물으면 될 거라 생각하고 출발했다.


그런데 따릉이를 너무 과대평가했던 것 같다. 따릉이는 내 생각보다 엄청 안나갔다. 첫 번째 인증센터까지 4km를 가는데도 엄청나게 힘들었다. 그 다음 인천까지 가는 약 21km의 구간은 정말 지옥 체험 코스가 따로 없었다. 더운 날씨, 밟아도 안 나가는 따릉이와 시간제한의 압박 세 가지의 조합은 이화령을 연상케 하는 고통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작은 강 옆을 따라 가는 길 자체는 아주 훌륭했다. 인증소에 도착하니, 총 1시간 45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안 쉬고 계속 밟았는데도 평속 15km/h 정도밖에 안 나온 걸 보면 따릉이가 얼마나 안 나가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쉴 새 없이 바로 방향을 돌려 출발했다. 지금까지 온 만큼 다시 돌아가려니 눈 앞이 캄캄했다.


돌아가는 길 곳곳에 보이는 표지판이 마치 자전거를 강에 던져버리라는 것 같았다. 충실히 이행하려다 참았다 ㅎㅎ


참고 달리니 거의 도착했다. 반납은 조금 더 가까운 개화역에 하려고 했는데, 네이버 지도가 알려주는 길을 가려면 차가 씽씽 달리는 좁은 길의 갓길로 와야 한다. 개화 쪽 도심과 한강 자전거길 사이에는 올림픽대로, 개화산과 철도공사사업소,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등등 너무 많은 것들이 있어서 길이 가까워 보임에도 길을 빙 돌아서 가야 한다. 다행히도 숨겨진 샛길이 있는데, 이상한 지하통로를 지나가면 개화길이라는 길이 있는데 이 곳으로 오면 훨씬 더 빠르다. 참고하자.


결국 3시간 40분의 대장정 끝에 총 46.46km의 여정을 끝냈다. 저 999kcal은 저기서 더 안올라가더라... 원래는 여의도까지 가려고 계획했는데 하다가 쓰러질 것 같아서 도망쳤다. 연체료는 4200원 나왔다. 그간 자전거를 탔던 경험 중 손에 꼽을 정도로 힘들었던 것 같다.


오늘의 고생으로 도장 두 개를 건졌다. 더울 날씨 때문인지 인주가 다 말라있어서 도장이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찍으니 기분은 좋다. 여의도~뚝섬 코스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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