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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여행

황매산 등산

Jeonggyun 2019. 1. 9. 00:18

지난 가을에 간 황매산. 작년 11월 17일에 갔는데, 늦게나마 올린다.

학기 중에는 여유가 없었지만 방학을 하고 난 지금은 이런 글도 느긋하게 쓸 수 있을 정도로 심적, 시간적으로 여유로워졌다.

 

사실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는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지만, 약간 새로운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바로 대한민국의 모든 산 정상을 다 올라가보는 일.

물론 산이라는 것이 참 애매하다. 100m 정도면 언덕같기도 하고, 하나의 산에도 봉우리가 여러 개 씩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에 100m 이상의 산은 4천 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렇게 엄격하게 모든 산을 다 올라가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적당히 이름있는 명산의 꼭대기에는 내 발자취를 조금씩 남기고 싶다.

 

 

아무튼, 온 가족이 여행 겸 나를 보러 대구로 내려온 날.

날만 좋았다 하면 항상 미세먼지에 찌드는 한국답지 않게 날도 맑고 미세먼지도 없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었다.

 

황매산은 경상남도 정중앙(?)에 위치한 산이다. 위치는 지리산 오른쪽 위를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실제로 지리산과의 거리도 30km 정도밖에 떨어져있지 않다.

무려 높이 1,108m의 산이지만 자동차를 타고 970m 정도까지 자동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등산은 서울 남산 정도의 난이도이다.

 

가는 길에 합천댐을 만났다. 합천호는 충주호, 안동호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큰 호수였다. 호수를 보니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후 자동차를 타고 산을 쭉 오르니, 황매산의 킬링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억새밭이 나왔다.

달성군의 비슬산에는 1000m 정도의 높이에 평원이 있고 참꽃군락지가 있는데, 여기는 참꽃군락지 대신 억새밭이 있었다. 고지대의 평원이 경상남도 지형의 특징인가?

 

추수철의 논에는 황금 물결이 일렁인다고 하던가.

날씨 좋은 날의 억새밭은 그야말로 땅에 황금을 칠해놓은 듯 하다.

 

특히 억새가 사람 키보다도 훨씬 크게 자라있는데, 억새 속에 파묻힌 느낌도 난다.

연인끼리 와서 데이트하기도 참 좋은 장소인 것 같다.

 

날씨가 맑은 덕인지, 이곳 정상에서는 굉장히 특이한 것을 볼 수 있었는데 하늘이 층이 나뉘어져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신기했는지, 저게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 수평선이다 vs 미세먼지층(...)이다로 나뉜다.

그런데 진짜 수평선일까? 이곳은 내륙 한가운데인데?

황매산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까지의 거리는 67.9km이다. 가시거리라고 하기에는 약간 먼 정도.

하지만 수평선은 빛이 차단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가시거리가 아니여도 보일 수 있다.

실제로 날이 좋으면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이곤 하는데, 울릉도와 독도 사이의 거리는 무려 90km.

아마 수평선이 맞을 것이다.

 

황금밭을 갈라 황매산 정상으로 가는 나무데크가 있다. 드넓은 벌판에 나무테크만이 놓여있다보니, 살짝 만리장성 느낌도 난다.

 

가볍게 정상을 어택했다. 난이도는 전혀 힘들지 않은 정도.

 

해가 질 때가 되면, 황금빛으로 빛나던 억새밭은 점차 붉은빛으로 물들어간다.

붉게 물들어가는 억새밭은 보니 마음이 절로 평온해진다. 시를 한 구절 읊고 싶어질 정도. 옛날 문학 작품들이 자연 속에서 많이 나왔다더니, 바로 이런 기분이었지 싶다.

 

아무리 서울이 좋다고 하지만, 이런 풍경은 남부지방이 아니고서야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것이다. 추천할 만한 여행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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