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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1997) 본문
타이타닉(Titanic) / 1997 / 미국 / 제임스 카메론
명작 영화로 손꼽히는 타이타닉. 본의 아니게 EBS에서 방영해주어 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본 감동적인 영화.
영화는 루이 16세의 다이아몬드를 위해 타이타닉 호를 인양하려 하는 탐사대원의 이야기로 다큐멘터리처럼 시작하여, 인양 소식을 접하게 된 늙은 로즈의 회상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세계 최고의 배 타이타닉 호의 출항을 앞두고 망해가는 명문가의 로즈와, 가난한 화가 잭은 타이타닉 호의 각 1등실, 3등실을 타게 된다.
잭은 특히 출항 직전 포커로 티켓을 따게 되는데, 티켓을 잃게 된 이탈리아 사람의 운없는 포커 한 판이 사실은 자신의 목숨을 건진 한 판이었다는 점은 상당한 아이러니. 전화위복이라는 한자성어가 떠오른다.
그 후 둘은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위 포스터처럼 명장면을 만들며 로맨스를 즐기기도 한다. 그들이 서있는 곳은 배의 맨 앞부분 갑판, 역시 사람은 명당자리를 차지해야 근사하다.
집안의 압박에 시달리는 부잣집 여자와, 그에게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해주는 가난한 남자 간의 사랑은 상당히 뻔하고, 다소 비현실적인 진행이라서 큰 감흥이 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누드화를 그려주는 장면은 그야말로 남녀 사랑의 정점을 보여주는 듯 했다. 둘이 차 안에서 몰래 정사를 즐기는 뒷장면보다 어쩌면 더 야하게 느껴졌다.
그 이후는 누구나 알듯, 어두운 날씨에 빙산을 뒤늦게 발견하게 되고, 다급히 배를 틀고 엔진을 역방향으로 풀가동하지만 빙산을 살짝 스치게 된다. 살짝 스친거긴 하지만, 둘 다 크기가 엄청났던 만큼 결국 배는 그 이후로 천천히 침몰하게 된다.
배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모습과 반응들이 드러나게 된다. 크게 4가지 정도인데,
1. 자신의 목숨을 구하려고, 동시에 증오하는 대상인 잭을 죽이려는 로즈의 약혼남의 모습
2. 자신의 사망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바이올린 연주자, 배 설계자, 브랜디를 마시는 부자, 노부부의 모습.
3. (잭의) 탁월한 상황판단로 끝내 살아남은 로즈
4. 기타 맥없이 죽어가는 많은 엑스트라들(...)
만일 살다가 이러한 상황이 닥친다면, 적어도 4번 유형의 사람들은 되지 말자.
3번 유형부터 생각해보자. 나같으면 배가 침몰하는 걸 아는 순간 식당칸이라도 가서 큰 그릇이라도 구해서 그릇을 타고 둥둥 떠다닐 생각을 먼저 했을 것 같다. 배가 앞부분부터 침몰하고 있었으므로 배의 맨 뒷부분 갑판으로 달려가서, 잭과 로즈가 매달렸던 명당 자리를 미리 차지했을 것이다. 괜히 어중띠게 기둥같은거 맞고 끔살당하지 말고, 버틸 거면 탁월한 판단력으로 최대한 오래 버티는 것이 아름답다.
2번 유형도 멋있고, 본받을 만 하다고 느꼈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목숨을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어이없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연주자에게는 바이올린 연주가 자신의 인생의 전부일 것이다. 침몰하는 배 위에서 생에 마지막 연주를 마치고 죽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영광으로 느꼈을 것이다.
만일 소행성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어서, 몇 시간 뒤에 죽을 운명이라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아마 막걸리를 들고 근처 산을 올라가, 종말하는 세상을 보며, 인생을 되돌아보며 한잔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확실히 죽을 운명이라면, 이렇게 위풍당당한 모습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1번 유형의 사람은 다소 이기적이지만, 매력적이다. 약혼남은 다이아몬드를 챙기고, 로즈를 살리고, 잭도 죽이려하는 많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였으며 끝끝내 살아남게 되었다. 수많은 대중들을 뚫고 버려진 아이를 이용하여 보트에 탑승하는 생존술은 그가 괜히 부자가 된 것이 아니라는 상황판단력의 절정을 보여준다. 기왕 살기로 마음먹었으면 이정도 야비함은 오히려 약이다.
타이타닉은 로맨스 영화이지만 내 마음이 얼어붙은 탓일까, 그 로맨스보다도 죽음을 맞닥드린 사람들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하지만 두 사람이 사랑하는 모습에 대한 연출이나 당시 사람들의 모습 등 흠잡을 데 없는 명작 영화였다.
하지만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첫눈에 반한다는 다소 뻔한 설정에서 약간 감점.
왓챠 별점: ★4.3
내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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