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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2017)

Jeonggyun 2018. 11. 6. 20:51

남한산성 / 2017 / 한국 / 황동혁



간만에 몰입해서 본 사극. 조선의 마음아픈 역사를 잘 그려냈다.



총 10개의 소제목이 먼저 나오는 진행은 마치 타짜를 연상케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진행이 아주 마음에 든다. 내용을 더 세세하게 기억하게 해주고 흐름을 알기 쉽게 해준다. 소제목 또한 함축적이고,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귀이다. 예를 들어 '가마니와 말고기'. 보잘 것 없는 가마니와 꽤 사치스러워보이는 말고기와의 대비와, 서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보잘것 없는 가마니이지만, 가마니마저 빼앗고 말마저 죽게 만든 '소탐대실'의 탁상행정의 모습 또한 보여주는 듯하다.


영화에서는 주화파와 척화파 사이의 대립이 두드러진다. 이에 서로 대립되는 구도를 만들거나, 한문장씩 서로 대비되는 말을 하는 진행 등이 두드러진다. 주화파와 척화파 사이의 대립은 곧 이 영화의 메인 주제와도 같다. 개인적인 생각은 주화파 쪽에 더 가깝다. 꿋꿋한 절개도 좋지만, 바퀴벌레같은 생명력 쪽이 더 마음에 든다. 극중에서도 이러한 언급이 기억에 남는다. 강한 자 앞에서는 무슨 일이라도 해서 살아남아야 한다거나, 치욕은 참을 수 있지만 죽음은 참지 못한다거나.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본질적인 원인은 결국 조선의 국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힘, 그 중에서도 재력과 군사력은 다른 어떠한 것들보다도 강력하다. 좋든 싫든, 어떠한 신념을 가졌든 간에 사람은 결국 이러한 힘 아래에 길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힘을 길러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된 이유 중 하나.


사실 부익부 빈익빈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극복하기가 매우 힘이 든다. 예컨데 영화 상에서는 청나라가 강대국에 속하고, 조선은 약소국에 속한다. 청나라가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갑질을 펼치는데, 군사력도 약하고 땅도 좁은 조선이 신념만으로 어떻게 그들을 이기겠는가. 주화파의 말처럼 군신 관계를 승낙한다고 해도, 조공까지 바치면 격차가 더 벌어질텐데 따라잡는 것이 가능할까. 이러한 점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결국 과학기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조선은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야 했던 것...


한편, 김류 할아버지는 케케묵은 무능한 기득권층을 보여주는 듯하다. 자신의 이익에 조금이라도 반대가 되면 온갖 이유를 들어가며 반대하는 모습, 위험한 일은 결코 하지 않으려는 모습.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적진에 사신으로 갔다온 뒤로는 엄벌에 처하라며 통수를 맞는다. 정치판에서 흔한 일이다. 저런 모습은 최대한 지양해야겠다.



다소 뻔하고 전개가 예상되는 영화였지만, 사극이 뭐 다 그런 맛으로 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극 중에도 특별히 국뽕이 가미되지 않은(조선이 패배하는 것이다 보니 국뽕을 억지로 넣기도 참 힘들었을 것이다) 영화인지라 즐겁게 보았다.


왓챠 별점: ★3.6

내 별점: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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