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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 결산 - 0. 회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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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 시간동안 했던 메이플스토리.
맨 처음 메이플에 접속했을 때 황금돼지 이벤트를 했었다. 올해가 황금돼지 해라고 하니 정확히 12년이 된 것이다.
(여담으로 12년 전에는 빨간돼지해고 올해는 노란돼지해인데 둘다 황금돼지라 카더라...)
황금돼지를 잡을 때 주던 2000메소가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
초등학교 때에는 하루 30분?인가 게임시간이 정해져 있었는데 매일 그만큼 하고, 메이플 공략서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게 참 즐거웠다.
처음에 페이지를 키우다가(망직업... 주륵) 아란이 나와서 아란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빅뱅 패치. 캐논 슈터 만들고 접은 것으로 보아 2011년 중반에 접었다. 아마 아란으로 90레벨쯤에 피작하고 듀얼 파이렛 잡다가 접었다.
이 때가 중학교 3학년. 레전트 패치 때가 메이플스토리의 최전성기라고 하는데, 나는 이때 접었다.
그 사이 메이플은 팬텀이 나오고, 루미가 나오고, 엔젤릭버스터가 나오고, 제논이 나오고... 나올 때마다 사기 캐릭터의 벽을 깨며 파워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이 때 맥뎀이 5000만으로 올라갔다. 결국 언리미티드로 펑.
그리고 2013년(고2)에 잠시 하고, 2014년 수능이 끝나고 잠깐 하다가, 2015년에 대학교에 와서 애들이랑 같이 했다. 뭐 이때까지는 그냥 성실히 사냥하는 라이트 유저였다. 2015년 여름에 매니아로 처음 4억 메소를 팔고 한창 기뻤다.
때는 2016년 여름. 5차 전직이 나오며 한창 시끌벅적하던 때였는데, 미국에서 열심히 했다.
코어 젬스톤만 캐다가 팔아도 최저시급 이상 나오던 때였으니..
그런데 방학 끝날 때쯤 친구와 함께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캐시 아이템을 사서 경매장에 팔고, 그 돈을 다시 매니아에 팔면 무려 30% 흑자가 났던 것.
이때부터는 약간 눈이 뜨여, 돈벌이 위주로 했다. 메이플에서 돈을 버는 것은 밥먹기보다 쉬웠는데,
가령 저 캐시 돌리기도 포함해서
1) 학기 중에 수상한큐브, 뱃지 사재껴서 방학되면 팔기
2) 물량 한정된 템 사재기
등등.. 2배정도 수익은 가벼웠다. 애초에 게임 풀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은게 문제였지만. 그야말로 레드 서버의 보이지 않는 손과 같았다.
하루 종일 사냥하는 것보다 경매장에서 돈을 가지고 노는게 돈이 더 잘 벌린다는 사실은 놀라웠고, 많은 교훈을 줬다.
아무쪼록 그러다가 2017년 겨울방학에 사재기해놓은 수상한큐브 20만 개가 물려서 점차 안 들어갔고, 지금 거의 1년만에 다시 들어온다.
(참고로 저 수큡은 그 다음 여름방학에 다 팔았다)
즐거운 추억부터 나름 상당한 수익까지 안겨줬던 메이플.
완전히 접으려는 건 아니고, 그냥 게임을 하나둘씩 줄여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리중이다.
결정적인 계기는 최근 유튜브의 급격한 성장. 세상이 먹고살만 해지니(빈부격차는 늘고 있다지만 사실 소박하게 게임 할 거 다 하고, 누릴거 다 누리고 사는데는 최저생계비만으로도 충분하다) 점차 유흥 쪽이 커지는 것을 느끼고 나는 대중들과 반대쪽으로 가려는 생각이다. 헉슬리 1승.
메이플스토리는 그야말로 국민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고 동접자 수는 무려 62만 명이다. 당시 대한민국 사람 80명 중 1명은 메이플을 하고 있었다는 말(...) 그리고 그런 메이플스토리가 돈슨의 대명사라고 불릴 만한 행보를 보인 것은 최근 황금만능주의의 확산에 어느 정도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매체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 당장 초등학생들이 메이플을 착실히 한 사람보다 지갑전사가 더 센 걸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예를 들어 맥뎀이 5000만에서 100억으로 올랐고, 맥스공도 200만에서 1억으로 올랐지만 지갑전사들에게는 그저 가벼웠다.
제한이 풀린 뒤 맥스공을 찍은 글자님. DEX 46330 (1118 + 45212)가 미친 것처럼 보인다면 정상이다.
최근의 근황.
https://www.youtube.com/watch?v=qD9aCCxYjto
메이플스토리의 진용님.
하드루시드 3페이즈는 45초가 주어지고 그 동안 그냥 딜을 박는 것이 공략법(...)이다. 몬스터는 움직이지도 않고, 버프는 40개에 달한다. 이게 정상적인 게임일까..
그러니 템 하나하나를 에디잠재까지 레전 3줄을 유효 옵션으로 맞춰야 한다. 참고로 에디큐브 하나는 2400원.
더 심한 사람은 유효옵 정도로 만족하지 않고, 옵이탈까지 노린다. 에디큐브 수백 개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수준.
이러니 템 부위마다 가격이 백만 원이 넘어간다. 참고로 저기 있는 사람들 모두 최소 중형차 한대씩은 갈아넣은 사람들이다.
나는 저렇게 까지 하고싶지 않았기에 스펙업은 멈췄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메이플의 즐길 수 있는 컨텐츠는 돈지랄 빼면 대부분 다 즐긴 것 같다.
미칠듯한 돈지랄의 모습을 보여주긴 하였지만, 메이플만큼 잘 만든 게임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당장 지금도 라이트 유저부터 헤비 유저까지 모두가 나름 즐길 수 있는 게임이지 않은가. 특히, '모험'이라는 단어에 이만큼 잘 어울리는 게임도 드물지 싶다.
다른 RPG는,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전형적인 형태가 있다. 처음 시작하면 장황한 스토리. 옛날, 뭐가 어쨌고, 세계는 암흑에 잠겨있다~ 약간 이런 느낌. 그리고 모든 게임에 등장하는 몬스터들. 무슨 드래곤, 오크, 등등...
메이플은(요즘은 검은 마법사 스토리를 넣느라 일부 직업에서는 스토리를 억지로 주입하긴 하지만) 이런 것이 없다. 초반부의 메이플을 생각해보자.
그냥 캐릭터를 만들고, 달팽이나 버섯 같은 아기자기한 몬스터를 잡는다. 숲(엘리니아)에는 슬라임, 원숭이들이 살고 페리온에는 나무와 멧돼지 산다. 커닝시티 같은 음침한 도시도 있는 반면, 헤네시스 같은 진짜 도시도 있다. 그리고 던전을 탐험다닐 때의 그 신비감.
이런 느낌은 그 어떤 게임도 쉽게 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추후에 게임을 만들게 된다면 깊게 마음에 새겨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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