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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 (2009) 본문
트라이앵글 (Triangle) / 2009 / 영국 / 크리스토퍼 스미스
최근 풀게 된 미궁에서 접하게 된 영화. 내용이 흥미로워보여 보게 되었다. 자기 전에 평온하게 잠드려고 봤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음침하여 긴장해서 잠을 다 깼다. 갑툭튀나 귀신의 출현 없이 분위기만으로 이렇게 으스스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워낙 오래된 영화라 스포일러 신경쓰지 않고 서술하자면, 영화 전체가 하나의 큰 루프이다. 즉 맨 처음에 아이가 나오며 악몽이야기를 하는 장면, 가방을 잠그는 장면 등도 루프에 포함된다. 엄청난 반전.
대충 루프를 되돌아보면
triangle 호에 탑승 → 폭풍우를 만남 → 잠들어서 기억 삭제 → aeolus 호에 탑승
→ (배에서 루프 1회) 빅터가 목을 조름, 윗층에서 총기난사,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하지만 도끼로 제압
→ (배에서 루프 2회) 자기가 빅터를 실수로 상처입힘, 샐리의 시체더미 발견
→ (배에서 루프 3회) 모두를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 죽이다가 배에서 떨어짐
→ 해변가로 밀려남 → 아이를 학대하는 자신을 죽임 → 아이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갈매기 킬 → 교통사고
의 반복이라고 볼 수 있다. 작은 루프와 큰 하나의 루프가 교묘하게 섞여있어 절묘하다. 매일 루프문을 사용하는 컴공 학생으로서 약간 더 흥미롭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주인공인 제스가 아주 약간이나마 더 총명했다면 제스는 루프를 깰 수 있었을 것이다. 1회차 루프에서 제스는 누군가가 자기를 죽이려 한다는 것을 경험했고, 그것이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것도 (아마) 3회차 루프 초반에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제스는 1회차에서 경험한 "망설이다가 총을 제때 못 쏜 것", "소방도끼한테 육탄전에서 진 것"을 3회차에서 당사자의 입장으로 똑같이 경험한다. 멍-청.
아니면 루프인 것을 깨달았다면, 자신이 절대로 아무도 죽이지 않는다면 살인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 또한 유추할 수 있을텐데 기껏 찾은 해법이 '배에 있는 사람을 다 죽이고 다음 루프의 사람들이 배에 탑승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니 정말 어리석다. 자기성찰이 부족한 사람의 대표적인 예시.
약간의 의문점이 있다면 2회차 루프에서 제스가 자기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에서 제스는 자기자신에게 총을 겨누어진 적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자기자신에게 총이 겨누어진 제스"가 주인공인 루프, 즉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루프가 하나 더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이다. 마찬가지로 "칼을 들고 친구들을 살해하는 제스" 또한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마 배에서 루프 6~12번이 돌아야 한 주기가 돌게 될 가능성이 클 것 같다.
아무튼, 영화의 내용은 시시포스의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속에도 등장했지만, 시시포스는 신들을 기만한 죄로 산 정상으로 바위를 올리는 벌을 받게 되고, 다들 알듯이 바위를 올리고 바위가 굴러가고(...)를 무한반복하게 된다. 제스도 자신의 아들을 학대한 결과 영원히 고통받는 형벌에 걸리게 된 것은 아닐까.
마지막의 택시 기사님을 죽음의 신이라고 하더라. 그렇다면 아마 제스는 자신의 폭력성을 버릴 수 있을 때까지 그 형별을 계속해서 받을 듯 싶다. 하지만 인간이 쉽게 변하나? 아마 무한루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나니 요즘 나의 모습도 루프를 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전 6시에 자서 오후 3시에 일어나는 생활. 결국 오늘도 1시에 자려고 노력했지만 괜히 트라이앵글을 보다보니 결국 또 6시가 되어버렸다. 나는 제시보다 약간 더 총명하니까(?) 빨리 이 수면의 루프에서 벗어나야겠다. ^^
* 네이버 영화 리뷰들을 읽어보니, 내가 캐치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다. 바로 이 모두가 죽은 제스가 만들어내는 환상이라는 것.
그 증거로 배 안의 시계와 제스의 시계가 같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는 점, 갈매기가 계속 따라다니는 점 등이 있다고 한다.
매우 설득력 있는 관점인 것 같다.
왓챠 별점: ★3.6
내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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